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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의 예쁜 반려견들, 그들의 부모는 어디에 있었나

글쓴이 : master 날짜 : 2022-01-08 (토) 19:10 조회 : 55
위액트 남양주 번식장 구조견 대피소 현장
12월 초 불법 번식장서 푸들 등 품종견 280여 마리 구조
번식장 철거에 대피소 봉사까지 시민 1500명 팔 걷고 나서

지난해 12월 동물단체 위액트가 적발한 경기도 남양주시 일패동 불법 번식장에서는 국내 인기 견종인 포메라니안, 말티즈, 푸들, 장모 치와와 280여 마리 구조됐다. 위액트 제공
지난해 12월 동물단체 위액트가 적발한 경기도 남양주시 일패동 불법 번식장에서는 국내 인기 견종인 포메라니안, 말티즈, 푸들, 장모 치와와 280여 마리 구조됐다. 위액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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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 ‘위액트 긴급 대피소’에 들어서자 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창고에 마련된 임시 견사에서는 소형견들이 쉬고 있었다. 봉사자들을 반기며 품에 안기는 개가 있는가 하면, 견사 안 켄넬에 들어가 눈치를 살피는 개도 있었다.

사람을 경계하는 개들이 많았다. 독특한 점은 개들의 품종이었다. 대피소 안 50여 마리의 개들은 전부 포메라니안, 말티즈, 푸들이었다. 흔히 국내 반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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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모를 하우스 4동…불법번식장 적발

여러 견종이 섞여 있는 여느 보호소와 풍경이 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곳의 개들이 구조된 곳이 다름 아닌 불법번식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초 동물단체 ‘위액트’는 남양주시 일패동 일대의 불법번식장 4곳을 급습하고 번식에서 동원되던 개 280여 마리를 구조했다.

11월24일 현장 조사에 나섰던 위액트 함형선 대표와 활동가들은 우연히 차 문을 열고 달리던 중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 “밀집사육 특유의 냄새”에 이끌려 다가가니 비닐하우스 안에서 여러 마리의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액트 활동가들이 11월초 남양주시 현장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한 비닐하우스의 정체는 불법 번식장이었다. 위액트 제공
위액트 활동가들이 11월초 남양주시 현장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한 비닐하우스의 정체는 불법 번식장이었다. 위액트 제공

번식장 내부 환경은 몹시 열악했다. 개들은 녹슨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받고 있었다. 위액트 제공
번식장 내부 환경은 몹시 열악했다. 개들은 녹슨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받고 있었다. 위액트 제공


12월6일 남양주시청 공무원과 위액트 활동가 50여명이 현장을 급습했다. 번식장 내부 환경은 예상했던 것보다 열악했다. 개들은 녹슨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받고 있었고, 뜬장 아래 배설물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곳곳에서 불법 번식에 사용됐던 분만촉진제, 항생제, 주사기가 발견됐다.

단체가 처음 발견한 비닐하우스를 포함해 연달아 있는 세 동의 하우스는 각각 소유주가 다른 불법 번식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 161마리의 개들이 발견됐다. 끝이 아니었다. 이날 조사에서는 세 곳의 번식장 이외에도 인근의 불법 번식장 1곳이 더 적발됐다.

이곳에서는 이미 죽어있는 사체가 발견됐다. 추가로 87마리의 개가 동물보호법에 따라 피학대 동물로 보호조치가 이뤄졌다. 번식장 네 곳에서 무려 261마리가 번식에 동원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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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구조견들은 대부분 피부병, 유선종양, 슬개골 탈구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아직 제왕절개 수술 자국이 남아 있는데 젖이 불어 있는 모견도 발견됐다.
번식장 구조견들은 대부분 피부병, 유선종양, 슬개골 탈구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아직 제왕절개 수술 자국이 남아 있는데 젖이 불어 있는 모견도 발견됐다.


개들의 건강 상태는 처참했다. 개들은 피부병, 유선종양, 슬개골 탈구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며 얻는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아직 제왕절개 수술 자국이 남아있는데 젖이 불어있는 모견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적발된 번식장에서는 발병 사례가 극히 드문 개 브루셀라병의 감염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개 블루셀라는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일종의 개 성병으로, 유산 때 발생하는 양수, 태반, 유산 태아 등에서 주변환경이 오염되며 감염이 이뤄진다. 처음 구조 나흘간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개체만 30여마리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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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280마리, 시민들이 번갈아 지켜

동물생산업·판매업 허가가 없던 네 곳의 불법 번식업자는 적발 뒤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포기했다. 번식장 적발과 조치에 남양주시청의 협조가 있긴 했지만, 당장 동물들이 갈 곳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근 활동가가 몇 명 없는 작은 단체로서는 예상보다 불어난 구조 개체수와 예상치 못한 전염병까지 겹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비닐하우스 4동에 숨어 있는 불법 번식장 급습 뒤에도 구조견들은 갈 곳이 마련되지 않아 10여일을 농장에 머물러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시민들인 시간표를 짜 번식장 봉사에 나섰다. 위액트 제공
비닐하우스 4동에 숨어 있는 불법 번식장 급습 뒤에도 구조견들은 갈 곳이 마련되지 않아 10여일을 농장에 머물러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시민들인 시간표를 짜 번식장 봉사에 나섰다. 위액트 제공


함 대표는 “워낙 개체수가 많기도 했지만, 소유주가 있었던 개들은 유기견도 아니어서 지자체 보호소로는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당장 번식장 현장에서 돌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때 현장으로 모여든 것은 다름 아닌 ‘위액트 크루’로 불리는 시민 봉사자들이었다. 위액트는 불법번식장 급습부터 구조, 현장 상황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고, 이를 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민들은 단체 이름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날짜와 순번을 정해 물과 전기가 끊긴 번식장을 번걸아 지켰다. 활동가나 봉사자가 필요한 물품을 정리해 단톡방에 요청하면 시민들이 십시일반 택배를 붙여왔다. 영하의 한파에 활동가와 시민들은 난로로 추위를 버티며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밤샘 보초를 이어갔다.

그렇게 12월14일까지 ‘악전고투’가 이어졌고 구조 열흘 만에 가까스로 인근에 긴급 대피소가 마련됐다. 그 사이 11마리의 개가 사망했고, 10여 마리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 138마리는 다른 단체의 구조로 입양 준비에 들어갔다.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위액트 긴급 대피소에서 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위액트 긴급 대피소에서 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5일 오후 2시 구조 한달째를 맞은 대피소는 많이 안정돼 보였다. 5~6명의 봉사자들은 각자 견사에서 물과 밥을 챙기고, 배변판을 청소하고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미리 할 일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번식장 철거 때부터 위액트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서나경씨는 그 이유를 봉사자들 대부분이 반려인이고, 봉사를 여러 차례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씨는 “저도 처음엔 수, 금요일만 봉사를 하기로 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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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되는 펫숍 입양…‘마음의 빚’ 갚으려고

그에게 이토록 이 현장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씨는 “화려하고 깔끔한 펫숍의 강아지를 낳은 부모견이 바로 이 아이들 아닌가. 사람들은 ‘우리 개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강아지를 생산하기 위해 개들을 착취하는 현실은 똑같다. 번식장의 충격적 현실을 제대로 알려서 왜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피소 봉사에 나선 반려인들은 불법 번식장의 실태와 펫숍 분양의 문제점을 알리고 싶다고 입모아 말했다. 사진 위액트 제공
대피소 봉사에 나선 반려인들은 불법 번식장의 실태와 펫숍 분양의 문제점을 알리고 싶다고 입모아 말했다. 사진 위액트 제공


경기도 수원에서 대피소를 찾은 최현진씨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최씨는 “6~7년 전 펫숍에서 반려견을 산 저로서는 너무 죄스럽고 미안했다.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고 싶어서 현장을 찾게 됐다”고 했다.

그는 “번식장의 부모견들은 강아지를 위해 강제 교배 당하고,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임신을 반복한다. 아직도 구조받지 못한 번식장에서 이런 학대를 겪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담한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며 “당장 펫숍 소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봉사자들은 공통적으로 집에 돌아와 반려견을 볼 때 구조견들이 떠올랐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일곱 차례 봉사를 다녀왔다는 유다원씨는 “저는 파양된 푸들을 키우고 있지만, 이 아이도 비슷한 환경에서 강제 교배와 임신으로 태어났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대피소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모두 가정에서 예쁨 받아 마땅한 생명인데 인간의 이기심이 너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대피소는 매일 오전, 오후 10여명의 봉사자가 사전신청을 통해 봉사를 하고 있다. 물, 사료 급여, 견사 청소 외에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견사 안에서 개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대피소는 매일 오전, 오후 10여명의 봉사자가 사전신청을 통해 봉사를 하고 있다. 물, 사료 급여, 견사 청소 외에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견사 안에서 개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7일 오후 대피소를 찾은 봉사자들이 모여 앉아 작업을 하고 있다. 위액트 제공
7일 오후 대피소를 찾은 봉사자들이 모여 앉아 작업을 하고 있다. 위액트 제공


시간이 빠뜻한 직장인이지만 퇴근길에 들러 봉사를 한다는 이도 있었다. 박지선씨는 자가용이 없지만 지하철과 택시로 서울 강동구에서 남양주시 대피소를 찾고 있다. 그는 “봉사 가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 ‘내가 가서 뭐해’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다녀오고 나서는 내가 할 일이 많다는 것, 사소한 것 하나가 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걸 느꼈다”며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도 집에서는 7살 푸들을 반려하고 있다. 이렇게 한달 동안 번식장 현장과 대피소를 찾은 시민들은 현재까지 약 15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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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등록제 생산업까지 포함해야

함형선 대표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을 거라 말했다. 함 대표는 “강아지 공장 폭로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시민들의 인식의 변화가 크구나 느낀다. 구조견 대부분이 펫숍에서 판매 중인 인기 견종인 포메라니안, 말티즈, 푸들 등이었던 점도 펫숍의 개들이 어디서 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위액트 긴급 대피소’에서 구조견을 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위액트 긴급 대피소’에서 구조견을 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런 학대가 끝을 맺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고 강력한 동물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등록제를 가정뿐 아니라 생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구조견 중에서는 동물등록이 되어 있는 아이들, 가정에서 교육 받은 개들도 있었다. 우리가 개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 결국 개들은 번식업, 식용개 산업으로 흘러간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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